20세에 이어 17세까지 세계 정복…깨어나는 북한 여자축구

북한 여자축구

북한 여자축구가 U-20에 이어 U-17 월드컵까지 제패하며 여자축구 강호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4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열린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1-1로 팽팽히 맞선 끝에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북한은 2016년 요르단 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초대 대회였던 2008년 뉴질랜드 대회를 포함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북한은 U-17 여자 월드컵 최다 우승국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한편, 스페인은 2018년과 2022년 대회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노렸으나 북한의 탄탄한 수비와 경기력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북한은 이번 U-17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에 한 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 3경기 동안 11골을 몰아치며 전승을 기록했다. 이어 8강에서 폴란드를 1-0으로, 준결승에서는 미국을 같은 스코어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정상에 올랐다.

앞서 9월, 북한은 콜롬비아에서 열린 2024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도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 축구 강호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6-2), 코스타리카(9-0), 네덜란드(2-0)를 연파해 3연승으로 1위로 통과했다. 이후 16강에서 오스트리아(5-2), 8강에서 브라질(1-0), 준결승에서 미국(1-0)을 차례로 제압한 뒤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으며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대회 기간 동안 북한은 7경기에서 25득점 4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세계 최강의 기량을 선보였다.

북한은 여자축구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FIFA 랭킹에서 북한 남자축구는 111위(한국 22위)지만, 여자축구는 9위(한국 19위)로 아시아에서 일본(7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북한 여자축구는 한때 세계 5위까지 오른 바 있으며, 최저 순위도 12위에 불과했다.

월드컵에서는 2007년 중국 대회에서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지만,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각각 세 차례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영국 BBC는 지난 9월 북한이 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여자축구의 잠자는 거인, 북한의 흥망성쇠”라는 제목의 기사로 북한 여자축구를 집중 조명했다. BBC는 최고 지도자의 관심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강도 높은 훈련 등을 북한 여자축구 강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은 1986년 FIFA 총회에서 여자축구 출범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여자축구에 관심을 기울였고,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축구 훈련을 받게 하며 전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해왔다. 뛰어난 선수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학교와 군대팀에서 훈련을 받는다.

BBC는 또한 북한 선수들의 물질적 보상이 해외 진출이나 거액의 계약이 아니라 평양 내 아파트 제공과 같은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U-20 월드컵 우승 후 선수단을 직접 만나 “온 나라에 희열을 더해준 장거”라며 축하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2016년에도 U-17과 U-20 월드컵을 모두 석권한 바 있다. AFC는 북한의 국제무대 성과의 비결로 세대 간 경쟁의식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꼽았다. 2013년 평양에 설립된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훈련장과 기숙사를 갖추고 200명의 선수들을 교육하고 있으며, 이 중 40%가 여자 선수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기량을 갈고닦고 있다.

북한 여자축구는 2011년 독일 월드컵 당시 일부 선수의 도핑 문제로 2014년 AFC 아시안컵과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출전이 제한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18년 아시안컵과 2019년 프랑스 월드컵을 목표로 했으나 2017년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골 득실에서 밀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었다. 이로 인해 월드컵 본선 도전 기회도 잃게 되었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던 북한 여자축구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복귀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일본에 패해 파리 올림픽 진출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