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 퓨리, 두 번째 은퇴 선언 “이제 끝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복서 타이슨 퓨리(36)가 또다시 은퇴를 선언했다. 퓨리는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짧고 간결하게 말해서 은퇴하겠다. 매 순간이 너무 좋았고, 이제 이걸로 끝내려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영상을 올리며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번 은퇴 선언은 2022년에 이은 두 번째다.
전설의 시작: 통합 챔피언 등극
퓨리는 2015년 블라디미르 클리츠코(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2라운드 판정승을 거두며 복싱 4대 기구(WBA, IBF, WBO, IBO) 통합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이 승리는 그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당대 최강자로 평가받던 클리츠코를 무너뜨린 역사적인 순간으로, 복싱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뷔 이후 퓨리는 27연승이라는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그는 체격적인 우위를 활용한 독특한 경기 스타일과 뛰어난 링 IQ로 많은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2018년에는 디온테이 와일더(미국)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경기는 두 선수 모두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드라마틱한 경기로 복싱 역사에 남았다. 이후 와일더와의 재대결에서 2020년과 2021년 모두 승리를 거두며 헤비급 최강자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와일더를 상대로 보여준 압도적인 기량과 강력한 피니시는 팬들에게 “킹 오브 헤비급”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은가누와의 대결, 그리고 우식과의 악연
지난해 10월에는 종합격투기(MMA) 헤비급 파이터 프랜시스 은가누(프랑스)와 복싱 룰로 맞붙으며 화제를 모았다. 은가누와의 대결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두 스포츠의 경계를 넘는 흥미진진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경기에서 퓨리는 은가누에게 다운을 빼앗기는 등 고전했지만, 판정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지켰다. 비록 승리했지만, 예상 밖으로 치열했던 경기는 퓨리의 경기력이 최전성기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퓨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올렉산드르 우식(우크라이나)과의 대결이었다. 우식은 크루저급에서 헤비급으로 전향한 후에도 뛰어난 스피드와 기술로 복싱계를 휘어잡았다. 지난해 5월 헤비급 타이틀 매치에서 우식에게 패한 퓨리는 커리어 첫 패배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 패배는 그의 강력함과 패기를 잠시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재도전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우식과의 재대결에서도 아쉽게 패배하며 WBC 헤비급 타이틀을 내주게 되었다. 연이은 패배는 퓨리의 커리어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 독보적인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퓨리의 마지막 기록
퓨리는 통산 전적 34승(24KO) 2패 1무를 남기며 복싱 링과 작별을 고했다. 그의 화려한 경력은 화려한 승리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클리츠코를 꺾으며 세계 챔피언에 오른 순간부터 와일더와의 전설적인 대결, 그리고 은가누와의 이색적인 대결에 이르기까지, 그의 커리어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복싱이라는 스포츠 자체를 빛낸 여정이었다.
퓨리는 은퇴 선언 영상에서 “이제는 내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복싱은 내 인생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챕터를 열 때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면서도, 그가 복싱 외의 삶을 추구하려는 결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다”라는 그의 은퇴 선언이 실제로 마지막일지, 아니면 또 다른 복귀의 서막일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퓨리는 과거에도 은퇴를 선언한 뒤 복귀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팬들은 여전히 그의 링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복싱 팬들에게 그는 단순한 챔피언이 아니라,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남아 있다.